양권모 정치·국제 에디터


 

의외였다. 기존의 ‘안철수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을 하기까지 지루하게 간만 본다고 해서 ‘간철수’라는 별칭까지 나돌았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정치복귀 선언은 신속하고 명쾌했다. 새 대통령 취임 1주일,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 지 사흘 만에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확언한 그의 정치복귀는 당연한 것이겠으나, 예상보다 빠르고 정공법을 택해서 돌아왔다. “납작 엎드려 있어야지 4월 재·보선에 나온다는 건 너무 빠르다”고 큰소리치던 민주통합당이 공황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게 그 전격성을 확인시킨다.


안철수의 보선 출마 선언은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거취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대중의 정치혐오에 편승해 대선 후보로 나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가 ‘정치인 안철수’의 길을 정면으로 시작한다는 점도 일단 평가할 만하다.

(경향신문DB)


안철수의 노원병 보선 출마를 두고 야권에서 기존 정당에 대한 예의를 거론하고, 부산 영도 출마론을 운위하는 것은 압박의 언어로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실효성도 당위성도 찾기 어렵다. ‘새로운 정치’를 정치복귀의 명분으로 내건 안철수로서는 낡은 정치의 문법을 따를 이유가 없을 터이다. ‘노무현의 길’은 안철수의 길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만을 앞세워 단일화의 공학부터 들이대는 것은 더욱 턱없다. 거대 여당에 맞서기 위해 무조건 뭉치고 보자는 기계적 단일화의 한계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거듭 확인됐다. 비전과 내용이 담보되지 않는 단일화는 특정 계파의 이익을 수호하는 방패로서는 유효했으나, 의회권력과 정권의 교체에는 소용없었다. 그 실패의 당사자인 민주당은 안철수의 보선 출마 선언이 나오자마자 다시 단일화의 잣대를 꺼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압박에 밀려 대선 후보를 사퇴했던 안철수가, 정치복귀를 하면서 다시 단일화 게임에 탑승하는 것은 실패의 복습이 될 뿐이다. 특히나 변화와 혁신 없는 민주당과의 단일화는 자기부정이 되기 십상이다.


안철수는 조기 정치복귀 목적으로 예의 새로운 정치를 내세웠다. 지난해 ‘안철수현상’을 일으켰던 낡은 정당체제의 혁파와 정치쇄신을 다시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그 혁파와 쇄신의 대상은 이제 새누리당만이 아니다. 혁신 없는 민주당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서울 노원병 보선에서 야권이 잃어버린 의석을 다시 확보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한 석이 대안세력의 위상을 키우고,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독주와 일방통행을 견제할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 숫자로서만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견제력을 갖는 야당이 없다면 박근혜 정부의 독주와 일방통행은 계속, 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나간 이명박 정부에서 숱하게 목도한 바다.


한데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보여준 것은 무책임과 무능의 극한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실패 속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성도 하지 않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다시 계파의 이해를 앞세워 당권싸움에 매몰돼 있다. 민주당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것만 재확인시켰다. 여기서 전당대회를 열어 일부 지도부 얼굴과 외양만 바꾸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형성한들 신뢰가 회복될 리 무망하다. 안철수의 출마 선언 하나로 당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제1야당의 현주소다.


사실 안철수가 조기에 보선 출마라는 정공법을 통해 정치를 재개한 것은 민주당의 부진 때문이다. ‘박근혜 정치’에 대한 견제를 바라는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취약이 안철수를 다시 등판시킨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의 보선 출마, 정치복귀는 대안세력의 공간을 넓히고 새로이 세우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정치의 비전과 대안을 내놓고 민주당과 경쟁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어느 쪽이 대안세력으로서 능력이 있는지 검증받고 선택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 경쟁이 마련되어야 소위 ‘60년 전통의 문패’만 붙들고 안주하는 민주당도 혁신의 길로 나설 수 있을 터이다. 물론 그마저 거부하고 기득의 성채를 고수하는 데 급급한다면, 자멸의 길을 가면 된다. 낡은 서까래를 허물면 새로운 집을 짓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거수기 여당과 무력한 야당이 병립하고 있는 정당구조를 깨고, 낡은 정치체제를 혁신하는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안철수의 노원병 보선 출마를 통한 정치복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안철수현상’에 담긴 대중의 열망을 전혀 반영해내지 못한 정당의 개혁, 정치쇄신의 당위를 되살릴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려면 선거에는 불리할지라도 단일화 같은 기정 정치의 논법과 정당구조의 틀에 매이지 말고 나가야 한다. 그게 예상보다 빨리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온 안철수가 짊어질 새로운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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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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