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권모 정치·국제 에디터


세 경우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그는 과거 서울대총장 재직 시절 판공비를 과다 사용했다. 그가 소유한 수원의 땅(156평)에 장남 명의의 건물이 등기돼 있어 증여세 탈루 의혹을 받았다. 이중국적을 가진 장남은 공익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차남은 과체중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다.


②그는 1995년에 고용했던 가정부와 관련해 납부해야 할 세금 30여만원을 미납했다. 나중에 미납 사실을 확인하고 2005년 이자를 포함한 100만원 정도를 납부했다.


그는 투기열풍이 불던 1970, 1980년대 수도권 일대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다. 그가 매입한 부동산은 대부분 수십~수백배 가격이 올랐다. 두 아들은 각각 8, 6세이던 1975년 서울 서초동의 땅(204평)을 취득했다. 당시 증여세는 납부되지 않았다. 이 땅의 시가는 60억원에 달한다. 장남은 체중 미달, 차남은 통풍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공히 도덕성 논란으로 사퇴한 고위공직자의 실례다. 첫 번째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임명된 지 사흘 만에 사퇴한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다. 두 번째 그는 2009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백악관 성과관리최고책임자로 지명됐다가 14년 전에 미납한 30여만원의 세금 문제 때문에 사퇴한 낸시 킬퍼이다. 마지막은 짐작하듯 김용준 전 총리 지명자다. 도덕의 문제에서 경중을 재기는 힘들지만, 누가 더 심대한 사안인가를 셈해 볼 수는 있겠다.




경과는 다르나, 종국에는 도덕성 문제로 고위공직 지명자가 낙마한 것에 대해 인사권자들의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논란과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그리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제안을 받아 ‘검증 대상과 절차를 법제화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국무위원으로 확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때 “내가 일을 망쳤다.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응은 달랐다. 박 당선인은 외려 언론검증이 가혹했고 인사청문회 제도가 문제 있다고 탓했다.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털기 식으로 간다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그 시대의 관행들도 있는데 수십년 전의 일도 요즘 분위기로 재단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파헤치는 것은 가혹하다”고도 했다. 어디에도 인사실패, 부실한 인사검증 책임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표명조차 없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의 경우는 이미 공개된 사실과 의혹을 언론이 재조명했을 뿐인데도 도덕성 기준을 넘지 못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제 풀에 낙마한 것이다. 최소한의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고 인사가 이뤄진 결과다.


실상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이 주도해 강화된 인사청문회 제도에 의해 고위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도덕적 기준이 일정 부문 세워진 것이 사실이다. 공직자에게는 일반인보다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동의를 구축해왔다. 한데 관행이라는, 과거의 일이라는 변호로 도덕적 문제가 용인된다면 공직사회의 윤리는 무너진다. 과거 위장전입 한번 안하고 부동산 투기 한번 안한 사람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대부분의 시민들은 위장전입 안하고 부동산 투기 안하면서 살았다. 공직자에게는 거기에 합당한 도덕적 의무를 지는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인사청문회는 그래서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용준 인사파동은 박 당선인이 탓하는 것처럼 인사청문회 제도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가 정책과 자질 검증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도덕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가혹할 정도로 사전검증을 통해 걸러내서 인선을 하기 때문이다. 사전검증을 통해 국민이 동의하고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한다면, 박 당선인이 지적하는 ‘털기 식 인사청문회’는 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권자의 문제이고, 인선된 후보자의 문제인 것이다.


박 당선인도 밝힌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 박근혜는 이명박 정부 인사의 고질적인 도덕성 논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걸리고 그러잖나. 국민이 볼 때 저만 한 인품과 경력이면 좋다, 이런 공감대는 형성돼야 하지 않나. (밀어붙이면) 절대 안된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 국민이 요구하는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에 맞추면 된다. 2005년 이기준 교육부총리 파동 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대변인은 이런 말도 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냐는 식으로 청와대가 문제를 보는 한 줄줄이 사퇴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청와대’를 ‘박근혜 당선인’으로 대입시켜 돌려주고 싶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을 인선하면 된다. 그건 인사권자인 박 당선인의 몫이고 무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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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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