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권모 정치·국제 에디터



경제와 민생의 영역을 다룬 2차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시쳇말로 입에 달았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일자리와 양극화 같은 민생 문제 등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론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그는 “민생파탄을 말하니 참여정부 때 일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은 최대로 뛰었고 양극화도 가장 심해졌고 등록금도 최고조로 올랐다”고 되물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지적한 내용들은 참여정부 때의 연장선상에서 고통받는 것이 많다”고 대응하면 끝이었다.


참여정부에 대한 그 비판과 공격의 적실성 여부를 떠나, ‘문재인=실패한 참여정부 승계자’라는 프레임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전략의 골간이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선거를 희석하고 회피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노무현 정부와 친노의 프레임으로 묶으면서 ‘과거 대 미래’의 구도를 설정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를 이건 경험칙과 전과도 있는 터이다. 그만큼 참여정부의 전력, 친노세력의 관계망은 새누리당과 박근혜에게 정권심판론을 방어하는 유효하고도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실제로 1987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보수가 분열 없이 총결집을 이룬 것도 그것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와 대립했고, ‘가짜 보수’로 규정하며 비판했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이인제 의원, 박세일 전 국민생각 대표, 이재오 의원 등이 줄줄이 박근혜 지지를 선언했다. 보수에는 ‘색깔이 수상한’ 김대중 후보가 나선 1997년 대선에서도 이인제의 분열이 있었고, 노무현 후보가 나섰던 2002년 대선에서도 정몽준의 분열이 있었다. 한데 보수가 이번 대선에서 과거의 악연을 다 묻어두고 똘똘 뭉친 동인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만큼 친노가 무섭기 때문일 것”이라는 새누리당 인사의 진단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참여정부의 기억, 친노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보수와 기득권 세력을 총단결시키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공포는 상당 부분 참여정부 때 기득권을 위협받은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전부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수도권과 40대, 중산층에 넓게 포진한 소위 중도층에서도 참여정부의 문제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기 때문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역대 최대의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이들 중도층이 대거 참여정부 심판을 택한 결과였다. 참여정부가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실정, ‘무능·태만·혼란’으로 규정지어진 친노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의 투표가 강력하게 이뤄진 것이다.


친노의 세력 계열도 (출처;경향DB)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 책임정치의 기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빚어진 민생파탄, 경제실패, 부패구조에 비춰보면 대선은 마땅히 그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은 뒤로 밀려 있다. 문재인의 정권심판론이 박근혜의 ‘노무현 정부 실패론’에 일정 부분 막혀 있는 탓이다.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한데 묶으면서 문재인을 실패한 정부의 핵심이자 원인 제공자로 설정한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깨지 못한 때문이다.


그 구도를 깨는 것은 결국 문재인과 친노세력, 민주당의 몫이다. 문재인은 대통합 거국내각과 국민정당을 약속했다. “정권교체와 새정치의 과정에 함께한 세력이 같이 내각과 정부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갈망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국민정당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기치는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구체적인 주체의 쇄신과 기득권의 포기 조치가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과 기득권 포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현재로선 문재인의 당선으로 인해 등장할 정부는 민주당만의 정부 혹은 친노 정부로 그려지기 십상이다. 국민정당이라는 것도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의 재판이라는 비판에 맥이 없어진다.


엊그제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다음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쇄신을 위한 기득권 포기,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대선 후보를 사퇴한 안철수가 총대를 멜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친노의 임명직 진출 포기와 같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행동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자기 쇄신과 기득권 포기의 조치, 향후 실행의 목록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문재인은 정권교체로 탄생할 새로운 정부의 주체와 내용이 혁신될 것임을 실질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엿새 후면 대선이 치러진다. 문재인이 제시한 시민의 정부와 국민정당 약속은 ‘실현될 미래’인가, “그렇다”는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쇄신 조치를 행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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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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