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권모 정치·국제에디터


 

엊그제 이인제 대표의 선진통일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새누리당이 합당을 결정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을 탈당해 출마,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이인제 대표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한 헌신을 다짐하며 새누리당으로 들어간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충청권 일각의 표라도 모으기 위해 정체성도 배반의 역사도 묻어둔 채 묻지마 세불리기를 한 것이다. 열세 번째 당적을 바꾸게 되는 이인제 대표의 궤적만큼, 대통령 선거의 고질적 문제를 환기시켜주는 것도 없을 터이다. 대통령 선거 때면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정치세력의 이합집산, 정당의 소멸과 창당이 반복되어온 것을 말한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집권하는 단순다수득표제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를 불리고, 분열을 막는 것이 최고의 선거공식이 된다. 실제 정체성도, 정책의 공유도 없이 적과의 동참도 마다하지 않는 합당과 연합이 역대 대선의 승패를 대부분 좌우했다.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일화를 하지 않고는 공고한 보수 압도의 구도를 깨트릴 수 없다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목표에 다른 것들은 깡그리 묻힌다. 단일화를 위한 경쟁과 게임이 전면화되면서 정책과 검증, 미래비전에 대한 경쟁은 뒷전에 밀린다. 어떻게 단일화하면 승리가 담보되느냐는 공학에 매몰되면 정치개혁, 정책의 문제는 단일화 게임의 포장지에 머물기 십상이다. 집권 후 실천의 문제 역시 도외시된다. 그 단일화도 결국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배제한 채 여론조사나 순간의 담판을 통해 이뤄지는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그 단일화에 대한 대응과 공격이 선거전의 전부가 되고, 그 단일화의 위력을 상쇄시키기 위한 무차별적 세력모으기가 전략의 기본이 된다.


 선거의 승리에만 눈이 먼 정략적 합종연횡과 인위적 후보 조정이 지배하면 정당정치는 실종되고, 정책대결은 설 곳이 없어진다. 사실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실시된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집권만을 위한 짝짓기와 이합집산, 그로 인한 정당의 해산과 창당이 습속처럼 벌어졌다. 대선의 승패는 정당의 공과에 대한 심판, 정책과 비전의 경쟁에서 이뤄지기보다 합당이나 연합의 결과로 결정지어졌다.


그렇게 공학에 기초한 인위적 세력결합에 의해 후보구도가 짜여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참여가 제대로 담보될 리 없다.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실시된 역대 대선에서 모든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수준의 지지로 선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권자 10명당 3.07명의 지지를 받았고, 역대 가장 득표율이 높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10명당 3.46명의 지지를 얻었다. 찍은 사람보다 안 찍은 사람이 많은 소수파 대통령은 애초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국가 리더십 형성에 기본적 결함을 갖고 탄생하는 것이다.


5년마다 판박이처럼 반복되어온 문제점이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원칙 없는 정치세력과 정당들의 이합집산,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배제되는 인위적 후보 조정 시도, 정책선거의 실종, 진보정당들의 실질적인 제도정치 참여 배제 등이 재연되고 있거나 재연될 판이다. 이렇게 가면 다시 다수가 지지하지 않는 소수 대통령의 대표성 문제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퇴행과 고질화된 문제는 정치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절실히 환기시킨다. 학계와 진보정당 등에서 제기해온 결선투표제 도입이 그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공청회 (경향신문DB)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인위적 단일화 게임이 필요 없어지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정당정치의 불안정성도 보완된다. 정책경쟁은 강화되고, 정책과 자질에 대한 검증도 보다 엄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 유의미한 소수 정당과 진보정당이 후보를 내서 경쟁하고 선택을 받을 수 있어 정치적 다원주의가 보장된다. 결선투표 과정에서 국민의 선택을 통해 연대와 연합의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면서 과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탄생시킴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도 해소된다. 가령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지루한 싸움과 혼란도 없었을 것이고, 새누리당이 자신에게 비수를 꽂았던 이인제 대표의 손을 잡을 이유도 없었을 게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5년마다 반복되어온 대통령 선거에서의 심대한 문제점이 다시 드러나고 있는 것을 계기 삼아 결선투표제 도입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도입을 추동해내는 작업은 의미가 충분히 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정치개혁의 주요 방안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창했다고 한다. 정치개혁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유력 후보들과 여야 정당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그 일환으로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선거에서부터라도 이 고질의 문제와 민주주의를 굴절시키는 퇴행을 끊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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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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