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노무현 대통령스러운’ 개각이다. 새해 개각을 앞두고 나온 그 무성한 언론의 주문이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나타난 민심의 기대는 완전히 헛물을 켠 것임이 확인됐다. 언론들의 신년 사설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정부 합동 시무식이 열린 날 전격적으로 개각을 단행한 것을 보면 노대통령은 ‘헛물을 켜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여하튼 노대통령은 불과 4개 부처의 개각을 통해 ‘노무현 인사’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것은, 노대통령 측근들 식으로 말하면, “분위기 쇄신이나 국면 전환을 위한 개각은 없다”는 일관된 인사철학의 관철이다. 뒤집으면 언론이 뭐라 하든, 여론이 무엇을 기대하든, 하물며 여당이 인적 쇄신을 외치든 말든, 그것들은 노대통령의 인사를 바꿀 하등의 동인(動因)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임 과학기술부총리는 그가 4개월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물러날 때부터 이미 부총리 예약설이 나돌았기에 사실상 구임이다. 현정권의 외교안보라인 최고 실세로 꼽혀온 인사의 통일부 장관 이동 역시 마찬가지다. 산자부 장관에 열린우리당의 비상체제를 이끌고 있는 당의장을 기용한 것은 비록 당을 놀라게 했을지는 몰라도, 일반에 새롭지 않기는 매일반이다. 노동부 장관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구속됐다가 몇달 전 사면복권됐고, 그 얼마 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 임명됨으로써 1·2개각의 화룡점정이 찍혔다.

-민심의 기대 완전히 헛물 켜-

이로써 노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이뤄질 개각 등의 인사는 ‘예측’이 가능하게 됐다.

첫째, 개각은 ‘수요’가 발생하면 그때 그때 할 것이다. 이 수요에 국정 쇄신이나 면모 일신 등이 포함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국정지지도가 바닥인 것 따위도 들어가지 않는다. 여당에서 나오는 인적 쇄신 요구 등도 그 수요와는 상관이 없다. 대신 부동산 투기 등의 명백한 하자나, 대선주자 관리 혹은 각종 선거와 관련된 입·출, 여권내 인력 조정 등이 주요 수요가 될 터이다. 개각의 폭을 넓혀 쇄신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음에도 굳이 신년 개각을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하는 것도, 대선주자 장관들의 당 복귀와 지방선거 출마자 차출이라는 각기 다른 수요 탓일 터이다.

둘째, 김우식 과기부총리나 이종석 통일부 장관 임명에서 보듯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인사가 계속될 것이다. 장관직이 비면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보내고, 수석비서관 자리는 비서관을 승진시키는 유다. 청와대의 표현을 빌리면 순환보직이고, 자체 충원이다.

셋째, 각종 선거를 고려한 인사가 계속될 것이다. 제2의 정동영, 제2의 김진표가 나올 거다. 다분히 지방선거용으로 발탁됐던 일부 현직 장관들이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뭣 때문에 장관시켜줬는데”라는 면박을 자초하는 일이다. “선거에 나갈 사람은 내각과 청와대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임 당시 노대통령의 언술은 어떻게 됐나? 이런 의문이 든다면 그는 아마 지난 개각들의 내용을 완전히 망각한 사람이다.

-여당의 인적쇄신 요구도 묵살-

넷째, 보상(報償)은 여전히 인사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17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인사들이 줄줄이 입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탄생했다. 이런 보상인사는 선거환경의 불리함을 이유로 5월 지방선거 출마를 망설이는 여권 인사들을 독려하는 효과를 덤으로 낸다.

노대통령은 집권 4년차 벽두에 너무도 고집스럽게 그만의 인사원칙을 실물로 보여줬다. 더 이상 ‘다른’ 인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남은 임기 동안 ‘노무현스러운’ 도돌이표 인사를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열린우리당도 위기 때면 정·청의 쇄신 운운하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지난해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인적 쇄신 요구의 횟수나 강도라면 이번 개각은 조각 수준이어도 모자랐을 것이다.

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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