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사망선고

여적 2015. 6. 16. 21:00

189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노동자의 이마에 가시관을 씌우거나 인류를 금십자가에 못박지 말라”고 외친 윌리엄 브라이언의 ‘금십자가 연설’로 역사에 기억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브라이언은 “두 가지 발상의 정부가 있다. 부자들을 더 번창하게 하면 그들의 번영이 위에서 아래로 새어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대중의 번영이 모든 계층으로 차오르리라고 믿는 것이 민주당의 구상이다”라고 밝혔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 개념의 유래다.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가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소비가 이뤄져 경기가 부양되고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다. 낙수효과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 ‘레이거노믹스’의 실천 이데올로기였다. ‘레이거노믹스’가 미국 경제를 재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낙수효과는 명성을 쌓았다. 이후 세계 각국은 낙수효과를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정책으로 받아들였다.

칠레에서는 학교간 빈부 격차에 분노한 고교생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출처 : 경향DB)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낙수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했다. 기업에 대한 감세와 탈규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했으나, 경기부양과 소득 양극화 해소 효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수 경제’를 택한 나라들 대부분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는 더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소득불평등이 계속 악화돼 회원국 인구 중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에 비해 9.5배 많았다. 한국은 1990년 8.5배에서 2014년 12배로 벌어졌다.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국제통화기금(IMF)이 낙수효과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IMF는 1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낙수효과는 “완전히 틀린 논리”라고 천명했다. 150여개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부유층의 소득 증가 때 성장은 외려 감소하고 하위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성장이 촉진’되는 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IMF의 결론은 간명하다. “하위 계층의 소득을 올리고 중산층을 유지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아직도 낙수효과를 신주처럼 받들고 대기업과 부자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한국 정부에는 실로 경천동지할 IMF 보고서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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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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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j 2015.08.31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퍠 ㅋ

    혁명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