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에 다다르고, 특히 국정의 희망이 스러지면 유권자들의 관심은 급속히 차기 대선주자로 쏠리게 마련이다. 이맘때쯤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이 ‘차기 대권 임자’를 꼽아달라는 것이다. 무난한 탈출구는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오르내리는 이들을 두루 지목하거나, 현 시점에서 예측의 부질없음을 설명하는 것밖에 없다. 분명한 ‘정답’이 하나 있기는 하다. 1987년 직선제 이래 대선을 3년쯤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차지했던 정치인 중 실제 대권에 오른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중 누구도 대선 2~3년 전에 지지율 선두를 달린 적이 없다. 1990년 김영삼은 초라한 제3당을 이끌고 ‘호랑이 굴’(3당 합당)로 들어가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1995년 김대중은 정계은퇴 상태였다. 2000년에는 이회창이 철통의 대세론을 구축했고, 당시 노무현은 6위권을 오르내렸다. 18대 대선을 2년여 앞둔 2005년 여론조사에선 고건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이명박은 박근혜에게도 뒤처졌다. 대선을 2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박근혜가 유일하다. ‘아버지(박정희) 상징자본’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한 박근혜는 예외적인 경우다.

이유는 여럿 있겠다. 한국 대선 경쟁 특유의 역동성, 천변만화의 정치환경, 대세론에 대한 피로감, 혹독한 검증 변수 등이 지목될 수 있다. 주체의 측면에서 보면 일찍이 ‘성공의 함정’에 빠져 역전패를 허용하는 것이란 진단도 가능할 터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4·29 재·보선 승리를 업고 새누리당 김무성이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을 제치고 차기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반짝 상승인지, 대세의 시발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분명한 건 지지율에 취해 ‘성공의 함정’에 빠진다면 ‘대선 3년 전 1등 후보 필패’의 전철을 밟는다는 경험칙이다. 지지율에 도취한 자만의 산물인 선거 참패로 한순간에 흔들리는 문재인이 생생한 거울이다.

예고편이 영화의 전부인 낚시 역할에 그칠지, 아니면 성공적인 본편 개봉에 다다를지는 김무성, 문재인 그들의 실력에 달려 있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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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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