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경매

여적 2015. 4. 26. 21:00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사값은 얼마일까.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인문학을 향한 잡스의 갈망을 함축하는 어록이지만, ‘애플의 기술 전부’로 매긴 소크라테스와의 점심값은 계산을 불허한다.

실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사’는 미국 대부호 워런 버핏과의 점심이다.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점심 식사권’을 자선 경매에 올린다. 2만5000달러로 시작한 ‘버핏과의 점심’ 가격은 2012년 최고 346만달러(약 38억원)에 달했다. 경매를 따낸 사람은 뉴욕의 스테이크 전문식당에서 버핏과 3시간 점심을 같이한다. 점심값은 전액 구호단체에 기부된다. 버핏과 점심을 하는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의 경륜과 지혜를 듣는 기회를 가지면서 기부에 동참하는 셈이다. 65만달러를 내고 2008년 버핏과 점심을 한 스위스 투자자 가이 스피어는 책 <가치투자자의 교육>에서 “버핏과 점심을 함께한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술회했다. 그렇다면 7억원 점심값이 비싼 게 아니겠다. 스피어가 전한 버핏의 죽비소리는 이렇다. “공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론 스스로를 최악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공적으로는 최악이라고 알려졌지만 스스로는 최고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가.”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가인 워런 버핏 (출처 : 경향DB)


‘버핏과의 점심’에 착안한 식사 경매가 국내서도 활발하다. 자선단체 위스타트는 ‘힐링 멘토’ 혜민 스님과의 저녁 식사 경매를 25일부터 실시 중이다. 경매는 300만원에 시작하고, 낙찰된 금액은 저소득층 어린이 지원에 쓰인다. 온라인 기부서비스인 위제너레이션은 ‘청춘의 멘토’ 김난도 교수와 벤처계의 선구자 이민화 교수와 식사 경매를 실시했다. 기부에 동참하면서 멘토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치유와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면, 수백만원이 ‘비싼 저녁값’은 아닐 터이다.

한데 미국과 달리 ‘식사 경매’의 주인공이 각 분야의 ‘멘토’로 알려진 명사들 일색이다. 하기야 존경과는 거리가 먼 재벌총수나 부호, 유명 정치인들과의 ‘식사’가 경매에 나온들 살 사람도 없을 테니 그러겠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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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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