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게임

오늘 2015. 3. 11. 21:00

중견 소설가가 회고했듯, “새마을운동 세대에게 박정희의 초상은 아침마다 울려대던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던 새마을노래”이다. 돌이켜 보면, 유년시절 아침은 어김없이 마을회관 앰프를 통해 쩌렁쩌렁 울리는 ‘새마을노래’로 깨어났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아침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유신체제에 대한 농민의 지지를 겨냥한 국가동원체제라는 음영에도 불구, 새마을운동은 농촌개발사업으로서 상당한 성취를 이뤄냈다는 데 학계에서도 대체적 동의가 이뤄진 상태다. 무엇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혀서” 농촌의 모습을 일신하고, 전통체계하의 농촌을 단기에 근대적인 것으로 바꾸었다. ‘새마을운동 세대’라 할 중장년층이 새마을운동을 성공한 운동으로 기억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을 터이다. 실제 2010년 새마을운동 40주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가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책’으로 새마을운동이 꼽혔다.

독재와 정경유착으로 덧칠된 ‘박정희 공과’를 세탁하기에 새마을운동만 한 게 없는 셈이다. ‘박정희 명예회복’을 정치이유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마을운동의 표상인 ‘잘살아 보세’를 외쳤다. 2013년 새마을운동지도자대회에선 “새마을운동은 현대사를 바꿔 놓은 정신혁명”이라며 새마을운동 부활을 천명했다. 이후 새마을운동을 “오늘에 되살리는” 정권 차원의 작업이 간단없다.

농촌 새마을운동 (출처 : 경향DB)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새마을운동 정신을 교육하기 위한 게임 개발에 나섰다. 공공, 교육, 문화 세 부문에서 기능성 게임을 공모하면서 교육에 ‘새마을운동 게임’을 지정한 것이다.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을 21세기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창조적(?) 발상도 놀랍지만, “저개발국 수출용”이라는 포장이 옹색하다. 당장 저개발국은 고사양 게임을 구동할 컴퓨터와 인터넷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관심 사안’에 맞추는 과잉충성이 빚어낸 ‘애국 마케팅’이 또 하나 추가된 꼴이다. 아마도 오프닝 음악으로 “새벽종이 울렸네~”가 제격일 ‘새마을운동 게임’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희대 발명품으로 기록될 판이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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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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