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오세훈법’으로 불린 정치자금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돈정치’에 길든 여의도는 난리가 났다.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차단하고 깨끗한 선거문화를 마련한다는 대의를 거스를 수 없기에, 저항의 무기로 동원된 것이 ‘경제’다. ‘오세훈법’이 통과되면 기업활동과 소비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선동이다. 음식점, 꽃집 등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도 동반됐다. 하지만 ‘돈정치’를 객토시킨 ‘오세훈법’이 다른 역기능을 낳기는 했지만, 기업활동을 옥죄고 소비시장을 위축시키지는 않았다.

역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을 두고도 반대 측은 ‘경제’를 들고 나섰다.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성매매 산업이 사라지면 경제 타격이 심대할 것이란 파상 공세가 펼쳐졌다. 영세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고, 심지어 룸살롱 안주 소비가 줄어 밤 생산 농가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얘기까지 등장했다. 막상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었으나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고, 전국의 모텔이 파산에 몰리는 ‘공포’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된 이튿날인 4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이 국제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거수경례를 하며 웃고 있다. _ 연합뉴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을 겨냥해서도 ‘경제적 공포’가 구사되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금품·향응·선물 주고받기가 사라지면 외식업, 백화점, 유통점, 골프장 등이 타격을 입어 내수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주장이다. 술집과 밥집, 선물가게, 꽃집, 화훼농가 등 예의 서민경제 피해도 부각된다.

경중은 다르지만 ‘오세훈법’ ‘성매매특별법’ 때와 쌍둥이처럼 닮은 논지다. 하나같이, 국가 청렴도와 경제의 선순환을 외면한다. 반부패 청렴이 국가경쟁력과 국민소득을 높인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는 차고 넘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부패와 경제성장’(2012년)에서 한국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만 이르러도 1인당 명목 GDP가 138.5달러 늘고, 연평균 성장률을 0.65%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일찍이 세계은행도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국부 창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밝혔다. 청렴은 신뢰, 윤리와 함께 ‘사회적 자본’의 근간 지표다. ‘경제’와 ‘민생’을 위해서도 강력한 반부패법은 필요하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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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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