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스터리’로 꼽혔다. 웬만한 정치적 악재와 부정적 사건이 터져도 지지율이 좀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 국면 내내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한번도 3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박근혜 지지율에 ‘콘크리트’라는 수식이 붙고, ‘마의 40%’가 공식처럼 쓰였다. 실제 대선 투표에서 박정희 후광이 맹렬한 영남과 팬덤 현상마저 보인 노장년층이 ‘콘크리트 지지’의 양축을 이룬 것이 확인됐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박근혜 지지율’은 경험칙과 보편율로는 설명되지 않는 특이한 흐름을 보였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끊이지 않은 인사 실패, 복지 공약 후퇴 등에도 집권 1년차 지지율은 55%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문창극 인사 참극,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낸 무능과 무책임, ‘정윤회 게이트’까지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난해 내내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무엇을 해도 박 대통령이 하면 잘한 것이고 박 대통령을 괴롭히는 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절대 지지층이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등을 돌리지 않고 굳건히 옹위한 결과다.

지역별 박근혜 정부 국정지지율 (출처 : 경향DB)


난공불락 같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새해 들어 곤두박질을 거듭해 30%까지 떨어졌다. 철옹성 같은 ‘마의 40%’가 단숨에 허물어진 것이다. 워낙 ‘콘크리트 지지층’ 신화가 두꺼웠던 까닭에 마치 ‘사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은 “절대 안 무너질 것 같은 둑이 뚫렸다”고 경악했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40% 안 깨질 줄 알았는데 그래도 깨지고 마네”라고 촌평했다.

레임덕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30%에 턱걸이한 지지율 내막을 보면 콘크리트가 모래가 돼 가고 있음이 확인된다. 50대에서는 ‘부정’ 평가가 압도했고, 60대에서도 지지율이 급락했다. 새누리당 지지자 10명 중 4명꼴로 대통령 지지를 철회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연말정산’ 파동, ‘문고리 3인방’ 건재를 확인시킨 청와대 개편 등을 지켜보면서 ‘오직 박근혜’를 외치던 ‘팬덤’들마저 자꾸만 국민과 맞서겠다는 대통령을 떠나고 있음이다. 강렬한 ‘경고음’을 이제라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다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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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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