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

여적 2015. 1. 22. 21:00

1969년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슬럼가의 골목에 두 대의 중고 자동차 보닛을 열어 놓은 채 놔뒀다. 한 대는 유리창을 조금 깨뜨려 놓았다. 뜻밖에도 1주일 후 자동차 상태는 너무도 달랐다. 보닛만 열어놓은 차는 별로 변화가 없었으나, 유리창을 깬 차는 고철더미가 됐다. 나머지 유리창까지 몽땅 작살난 것은 물론 낙서투성이에 타이어, 배터리까지 사라졌다. 단지 유리창 하나를 조금 깨놓았을 뿐인데 걷잡을 수 없는 파괴를 부른 것이다.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발표한다. 도시 변두리 건물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집이 있다. 내버려 두면 행인들이 버려진 집으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을 모조리 깨뜨린다. 이어 인근의 빈집과 건물들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벽들은 페인트 낙서로 덮인다. 작은 무질서와 사소한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사고와 심각한 범죄로 번진다는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도시로 악명 높았던 뉴욕의 치안 대책에 실제 쓰였다. 조지 켈링은 뉴욕 지하철 흉악범죄를 줄이는 대책으로 ‘낙서 지우기’를 제안했다. 교통국이 전동차의 낙서를 지우기 시작하자 범죄증가율이 주춤했고, 4년쯤 지나자 놀랍게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994년 취임한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를 뉴욕시에 도입했다. 낙서, 신호위반, 무임승차, 쓰레기투기 등을 가혹하리만큼 단속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중범죄의 70% 이상이 줄어들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더 큰 사고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위 사진은 본문과 관련이 없는, 12년에 있었던 부산 지하철 충돌 사고 (출처 : 경향DB)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이후 기업경영, 일반 조직관리에도 적용된다. 사소하거나 작은 비윤리 행위, 부패, 실수 등을 방치하면 끝내 기업이나 조직이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거나 붕괴에 이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안전처 신년 업무보고에서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위해요소를 미리 해소해야 한다”며 ‘깨진 창문 이론’을 설파했다. 정작 그 ‘깨진 창문 이론’을 시급히 들이대야 할 곳은 청와대다. 문고리 측근의 국정농단과 기강 해이 등 ‘깨진 유리창’을 지금 수술하지 않고 가면 종국에는 조직(정권) 자체가 뒤흔들리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가리키는 바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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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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