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忠)

여적 2015. 1. 7. 21:00

공자의 중심 사상은 인(仁)이다. 인을 실천하는 양대 덕목이 충(忠)과 서(恕)다. 여기서 충은 왕과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충성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충(忠) 글자가 중(中)과 마음(心)의 합인 것처럼 마음의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음을 뜻한다. 서(恕)는 여(如)와 마음(心)의 결합,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같은 마음으로 헤아리라는 의미다. 해서, 주자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하는 것을 충이라 하고, 그것을 미루어 타인에게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서라고 한다”고 주해했다.

결국 공자가 <논어>에서 가르친 충은 결코 임금에 대한 신하의 무조건적 복종을 뜻하지 않는다. 윗사람에게 맹목으로 추종하는 게 충이 아니다. 그가 흠결이 있으면 잘못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감추지 않고 일깨워주는 것이 진정한 충이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현대적 충의 본질을 갈파한다. “충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 청와대 비서진이 <명량>을 관람하면서 이 발언을 어찌 받아들였는지 자못 궁금했다. 작금에 돌아가는 걸 보면 ‘짐은 곧 국가’ 시대의 충성으로 받아들인 듯싶다. 그랬기에 박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의 국기하강식 장면을 함양할 애국심으로 규정했을 게다. 박 대통령은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며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시대의 촌극으로 다뤄진 국기하강식 장면을 박 대통령만은 ‘나라 사랑’으로 해석한 셈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부부가 언쟁을 벌이다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함께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출처 : 경향DB)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 시무식에서 “여러 불충한 일이 있어서 대통령님께 걱정을 끼친 일이 있다”며 ‘충’을 설파한 것이 회자된다. 김 비서실장은 “충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쓰면 중심이다.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일로 충성을 독려했다. 청와대 사람들의 충이 백성을 향하지 않고 대통령으로만 향할 때 국가도 정권도 엇가기 십상이다. 왕조시대나 조폭 집단에서 맹목적으로 발현되는 주군을 향한 충성은 결국 주군을 눈멀게 하기 때문이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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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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