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투쟁으로 종신집권이 좌절되자 대신 ‘상왕(上王)’을 도모한 전두환 대통령의 퇴임사는 귀거래사(歸去來辭)로선 그럴싸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겠다.” 말과는 달리 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지길 거부한 그는 백담사 유배·5공 청문회·사형선고,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징금 환수까지 오욕의 퇴임 후를 겪었다. ‘보통사람의 시대’를 내건 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도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사회를 위해 기여와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역시 기여와 봉사는커녕 구속과 유폐의 삶을 살았다. ‘문민 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치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김영삼’은 끝없이 현실정치 영향을 꾀하고, 필생의 라이벌인 김대중 대통령을 향한 독설로 퇴임 후를 장식했다.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로 등장한 ‘민주 정부’ 대통령들이 꿈꾼 ‘퇴임 후’는 어땠을까. 김대중 대통령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민족과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제 퇴임 후 영욕이 교차했으나,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으로 ‘불행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으로 남았다. “다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봉하마을로 낙향한 노무현 대통령은 ‘은퇴 대통령’의 신문화를 세울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권력’의 정치보복에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출처 : 경향DB)


그 ‘현재권력’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소망은 그답게(?) 구체적이었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다음 세대의 주역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거나 “녹색운동을 하겠다”는 식이었다. 퇴임 2년, ‘녹색운동가’ ‘미래 세대 도우미’는 뵈지 않고 황제 테니스·골프를 즐기고 화려한 외유를 만끽하는 ‘밉상 전직 대통령’의 초상만 울울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때 이르게’ 퇴임 후 희망을 밝혔다고 한다. “나라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 않고 살아가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멋진 꿈이다. 하나, 그 희망을 운위하기 앞서 지금 박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 그 믿음을 장삼이사가 지닐 수 있을 때에야 박 대통령의 ‘퇴임 후 희망’도 실현성을 확보할 터이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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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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